풍선처럼 공기로 부풀려 타는 자동차
차체 전체가 에어백, 7.5m 절벽에서 떨어져도 안전
1회 충전으로 640km 주행 가능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최근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자동차가 개발돼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XP 비히클(XP Vehicles)사의 2인승 전기자동차 ‘위스퍼(Whisper)’가 바로 그 주인공.
이 자동차는 풍선처럼 공기를 불어 넣어 타는 게 특징이다.
전동펌프를 활용, 0.77~0.21kgf/㎠의 압력으로 공기를 주입하면 풍선이 커지듯 차체가 부풀어 올라 운전석과 조수석, 트렁크 등을 갖춘 완전한 형태의 자동차로 변신하는 것.
위스퍼의 이 같은 변신은 차체의 재료 때문에 가능하다.
실제 위스퍼는 전기모터, 배터리팩 등의 내부 부품과 바퀴, 앞 유리 등 일부 내외장재를 제외한 모든 차체를 강철이 아닌 직물처럼 유연한 소재로 만들었다.
여름철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무보트 속에 각종 자동차 부품을 넣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물론 이 소재는 평범한 것이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표면에 탐사로봇을 떨어뜨릴 때 충격 흡수를 위해 사용하는 에어백과 동일한 첨단소재다.
강도와 내화성이 탁월해 칼로 찔러도 잘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질기며, 내부 또한 다층구조로 돼 있어 아침에 주차장에서 바람 빠진 풍선이 되어버린 위스퍼와 맞닥뜨리게 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차체가 일종의 공기 튜브로 이루어진 만큼 위스퍼의 전체 중량은 217kg에 불과하다.
이는 현존하는 가장 작은 상용차인 다임러의 2인승 스마트 포투(Smart Fortwo)의 3분의 1 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같이 가벼운 차체 덕분에 위스퍼는 배터리 1회 완충으로 재충전 없이 최대 640km의 주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장난감 같은 자동차를 타고 일반도로를 주행해도 과연 안전할까.
언뜻 이해되기 어렵지만 XP 비히클이 내세우는 위스퍼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안전성이다.
자동차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에어백 기능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회사의 테스트 결과 시제품의 운전석에 수박을 넣고 GM사의 허머와 정면 충돌시켜도 수박이 깨지지 않을 정도의 탁월한 안전성이 확인됐다.
위스퍼의 수석 설계자인 스콧 레드먼드 박사는 “이론상 최대 7.5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져도 운전자는 큰 부상을 입지 않는다”며 “위스퍼는 운전자와 승객, 행인의 안전까지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지도 모를 이 위스퍼는 올해 말쯤 현재의 스포츠카 모습의 외관을 다소 개량한 ‘니코(Niko)’라는 새로운 모델이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이 모델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대당 3,000달러 정도에 출시된다.
XP 비히클이 동남아시아를 첫 번째 공략지로 선택한 것은 여타 국가들에 비해 도로주행 안전성 인증 획득이 다소 수월하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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