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동차보급 정책… 주춧돌인가 걸림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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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소식이 많이 들린다. 이는 에너지 수급의 심각성에 대해서 대중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오일의 생산은 2005년을 기점으로 정체 상태에 들어갔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의 정체를 의미한다. 즉, 2008년 리먼브라더스사의 파산 등 연이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오일 생산의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의 인식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긴 하지만 사실과 어긋나는 선동적인 뉴스에 휘둘리는 것은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나아가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한 예로 최근 엄청난 양의 쉐일가스가 개발되고 마치 초저가의 천연가스가 거의 무한대로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데, 쉐일가스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를 들면 현재 단기적인 쉐일가스의 무분별한 과잉 생산으로 가스 가격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나, 정작 쉐일가스 생산 업체들은 예외 없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으며 가스 가격이 현재의 4배로 상승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있다.

에너지 문제의 해결에 국가의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것이 정부 주도로 특히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서 왜곡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 예로 중국의 전기자동차 산업을 들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섣부른 전기자동차 장려 정책과 맞물려 투자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펫의 대규모 투자로 더 유명해진 BYD는 주식 가격이 급등하여 창업자는 2009년 중국 최고의 부자로 부상하기도 하였으나 경제 위기에 따른 정부 보조금의 축소와 함께 전기자동차의 거품이 꺼지고 오히려 그동안 전통적인 자동차 기술 개발의 기회를 놓친 것이 독으로 작용하여 현재 몰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한때 정부 주도의 녹색성장 정책에 동승하여 태양광 산업에 올인하였던 한 대기업 그룹의 해체를 작금에 목도하고 있다. 물론 좋은 기술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장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으로 시장의 규모를 키워 놓아야 할 경우가 있으나,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기술을 정부 주도로 마냥 키우는 것은 병을 키워 놓는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서울시는 과거 대중교통 수단의 서비스라는 공공성을 감안하여 매연이나 소음의 상한선 등 합리적인 경쟁 규칙을 정하는 대신에 디젤엔진 기술에만 매우 불리한 이상한 규칙을 정하여 일방적으로 CNG 버스라는 특정 기술의 손을 들어 주었다. 결과적으로 안전 문제 그리고 고가의 차량 제작 비용 등은 시민의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과거 서울시의 이러한 결정은 정부의 단순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에서 크게 지나친 것이며 제정한 경쟁의 규칙 또한 별로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천연가스 생산국이나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 순위가 아닌 일부 미개발 국가들을 제외하면 CNG 버스를 대중교통화하는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현재 기술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자들은 계속 해묵은 잣대를 들이댈 모양이다.

지금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세종시 대중교통 수단으로 또 다시 CNG 버스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구미 선진국의 교통 정책 입안자들은 예외 없이 단지 합리적인 경쟁의 규칙만을 정하고 가장 적합한 기술의 최종 선택을 시장의 판단에 맡기었다. 그 결과 도심 지상 대중교통의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선진국들의 시장은 디젤 혹은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보통 좋은 약은 적당히 사용하면 몸을 이롭게 한다. 그러나 약 자체가 나쁘거나 설사 좋은 약이라 할지라도 그 양이 지나치면 우리 몸에 대부분 독으로 작용한다. 영양분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정책 역시 적당하면 좋은 약이 되나 너무 과하거나 공정하지 못하면 오리려 독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어느 쪽이든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종시의 버스 정책. 미래형 인간 중심 도시 건설의 주춧돌이 될 것인가 아니면 걸림돌이 될 것인가?

최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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