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1ℓ로 49㎞’ 비결은 급가속 금지·정속 운행
기사 원문 : http://www.khan.co.kr/kh_news/art_view.html?artid=200808031721485&code=920508
최근 고유가에다 친환경 운전이 강조되면서 각종 연비왕 대회가 많다. 대개 고수들은 공인연비보다 2배 정도 더 효율적으로 차를 몰았다. 지난주에는 1ℓ로 무려 49㎞를 달렸다는 ‘연비왕’이 나와 화제다. 연비왕 대회는 1ℓ 단위로 환산했을 때 누가 멀리 가느냐를 겨룬다. 경주 조건이 다른 데다 공인연비와 달리 회사별로 측정한 수치여서 단순 비교는 힘들다. 하지만 고유가 시대에 경제적 운전의 높은 효과를 보여주는 점에서 뜻깊다.
◇ 디젤차의 높은 연비 입증= 폭스바겐코리아가 지난달 27일 서울 청담동~올림픽대로~인천공항고속도로~영종도의 75㎞ 구간에서 열린 연비 경주에서 고동우씨(43·자영업)는 1ℓ당 무려 49.07㎞의 연비로 우승했다.
고씨의 ‘애마’는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 스포츠’다. 기록은 공인연비(13.9㎞/ℓ)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2위 김준완씨는 41.55㎞/ℓ, 3위 이성국씨도 41.26㎞/ℓ를 자랑했다. 경쟁업계가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놀라운 결과였다. 공인연비와 시험조건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디젤차의 고연비와 경제적 운전법은 새겨들을 만하다.
평소 자동차 동호회에서 연비를 높이는 운전법을 익히고 실천해온 고씨이지만 이번 성적표에 깜짝 놀랐다. 그는 “자동기어로는 연비가 나빠 고단으로 올라갈수록 수동기어로 재빨리 변속한 것이 비결 같다”고 설명했다(이 차량은 자동·수동 겸용 DSG 변속기다). 물론 급가속·급출발을 피했다. 고씨는 “일요일 오전 8시반쯤 출발해 시내 구간에서 다행히 막힘이 없는 덕도 봤다”며 “신호대기 때 기어중립이나 시동 끄기는 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지에서 시속 약 80㎞로 가속해 언덕에서는 탄력으로 60㎞ 정도 속도를 냈고, 내리막에선 속도를 시속 80~90㎞로 약간 더 올린 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며 탄력 주행했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에서도 시속 60~70㎞ 정도로 달렸다.
고씨는 “이번에 20~30㎞/ℓ 연비가 나온 사람들은 거의 시속 80㎞의 크루즈컨트롤을 놓고 운전했다”며 “오히려 60㎞까지 낮췄더라면 연비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고씨의 기술도 좋았지만 폭스바겐의 고효율의 직접분사엔진과 DSG 변속기 덕도 큰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폭스바겐의 수동·자동 듀얼 변속기는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기름을 절반은 덜 소모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TDI 엔진은 낮은 rpm에서도 고출력을 내므로 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우리 자동차 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매진해 엔진과 변속기 성능을 끌어올렸으면 좋겠다”며 “좋은 국산차가 나오면 굳이 비싼 수입차를 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 연비왕들의 연료절약 비결 = 국내 연비왕 대회 수상자들의 비결은 급가속 금지·정속운행 등 엇비슷하다.
지난달 기아차 로체 이노베이션(자동변속기·공인연비 11.5㎞/ℓ)으로 1㎖당 19.64㎞ 연비로 1위를 차지한 박성규씨(34)는 “연료절약의 비결은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체로 시속 55~70㎞를 유지하려 애썼다”며 “시동을 걸 때부터 정지할 때까지 경제운전 마음가짐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GM대우의 ‘젠트라X 연비왕 대회’에서 1등을 한 이정석씨(27)는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는 가능한 적게 쓰고 천천히 밟는 것을 비결로 제시했다. 멈출 때도 브레이크를 밟기 전에 속도부터 늦췄다. 자동차 10년타기시민운동연합의 연비왕 대회에서 우승한 송동윤씨는 신호에 걸리면 시동까지 끄며 공회전을 줄였다고 한다. 6월 볼보트럭의 연비 경주에서 1등을 한 고영암씨는 “전방의 교통 상황이 혼잡한지 한산한지 파악해두면 급제동하거나 급출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전병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