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에너지 끝, 2013년쯤 오일쇼크 – 노부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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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에너지 시대는 끝… 2013년쯤 오일쇼크”

– 다나카 노부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인터뷰

“지구 100년內 6℃ 상승… 2℃ 상승으로 막으려면 45조달러 필요”

이지훈 위클리비즈 에디터 jhl@chosun.com

“최근의 유가 하락은 경기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저렴한 에너지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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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노부오(田中伸男·사진)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내년부터 경기가 회복되면 석유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유가가 다시 앙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지금처럼 저유가로 석유 공급 투자가 부진할 경우 2013년쯤 다시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OPEC이 산유국(産油國)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이라면, IEA는 에너지 소비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제기구이다. 이 기구는 1974년 오일쇼크의 격랑 속에 에너지 수급과 가격의 안정을 목표로 OECD가 창립했다. 요즘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로 떨어졌기 때문에 IEA 사무총장으로서는 다리 뻗고 편히 쉴 법도 하다. 하지만 다나카 총장은 요즘 세계를 돌아다니며 “머지않아 석유 공급 부족 사태가 다시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코리아 2009’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한 그를 지난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저유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유가 불안을 경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에너지 개발 투자 계획이 취소되거나, 규모가 줄어들거나, 연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만 원유 및 천연가스 채굴 프로젝트 중 1000억달러 규모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경기가 회복될 때 공급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IEA의 판단입니다. 내년부터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더라도 2013년쯤이면 오일 위기(supply crunch)가 닥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유가가 작년에 경험했던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그는 탄소세의 도입 등 범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 대응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점도 향후 에너지 가격 상승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나카 노부오 국제에너지기구(IEA·키워드) 사무총장은 옆집 아저씨 같은 온화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질문에 하이 톤으로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때로 거친 숨을 몰아 쉴 정도로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일본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으로 OECD 과학기술산업 국장과 주미 일본 공사 등을 역임한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통이자 에너지통이다

―오일 쇼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시기를 2013년으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지요?

“저희가 작년 11월에 추정한 바로는 현재 OPEC의 여유 생산 능력(spare capacity)이 350만배럴(하루) 정도입니다. 하지만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 작년 9월 이후 이미 100만배럴의 공급 능력 감소가 발생했습니다. 투자 부진이 계속되면 2013년에는 350만배럴의 여유 생산 능력이 거의 없어지게 되죠. 석유 수요는 지금은 저조하지만 2010년 이후엔 매년 1% 정도씩 늘어난다고 가정했습니다.”

―향후 유가 전망을 어떻게 하시는지요?

“저희가 유가 전망을 하더라도 안 맞으니 안 하고 있습니다. (웃음) 그러나 지금 가격이 매우 낮으므로 세계 경제 회복에 매우 유리하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경기 부양책과 비슷하지요.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유가가 배럴당 약 100달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배럴당 40달러로 떨어졌죠. 40달러 수준이 계속된다면 연간 1조달러 정도의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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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유가로 1조달러 정도의 경기 부양 효과”

―3월15일 OPEC 총회에서 석유 추가 감산(減産)이 결정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가요? 그 경우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OPEC은 공급을 줄여 가격을 올리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은 가격을 오히려 낮춰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OPEC 입장에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수요가 줄어들 때 공급도 함께 줄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앞으로 수요가 어떻게 될까, 이런 것도 OPEC이 잘 감안해서 적절한 결정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유가는 낮아야 합니다. 반면 석유 개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높아야 합니다. 총장님은 어느 쪽인가요?

“(웃음) 둘 다입니다. 지금은 유가가 낮은 편이 경제 자극 효과가 있겠죠.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높지 않으면 투자가 안 됩니다.

지금도 유가의 미래 선물(先物) 가격이 현물(現物) 가격보다 높습니다. 이른바 ‘콘탱고’ 상태입니다.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의 수요를 예상해 보면, 장래에 유가가 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공급 측면을 봐도 앞으로는 점점 석유나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어려운 곳, 예를 들어 심해(深海)나 극지방과 같은 오지(奧地)로 가지 않으면 안 돼 채굴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곳에 투자하려면 유가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하죠.

다만 지금의 (낮은) 유가 수준에서도 경제성이 있는 유전이 있어요. 그런데도 중동(中東) 국가들이 투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곳은 개발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희 바람입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에너지 문제는 ‘지하(地下)의 문제’가 아니라 ‘지상(地上)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어떤 의미인지요?

“지구 상에 석유 등 자원(資源)은 유한하고 곧 고갈되고 말 것이라는 ‘피크 오일(peak oil)’ 이론이란 게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짜 위험은 그런 지하의 위험이 아니라, 반대로 지상의 위험이라고 봅니다. 지하엔 자원이 여전히 많지만, 투자할 돈이 없다거나, 개발 비용이 올라간다거나, 국제 석유회사에 대해 산유국이 개발권을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든가 하는 문제 말입니다.”

―그렇다면 피크 오일 이론을 믿지 않으시는지요?

“물론 개별적인 유전(油田)을 보면 피크오일 이론이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구 전체적으로는 아직 피크 오일은 아닙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거나, 발견되지 않은, 심해와 심저 등 돈만 있으면 개발할 수 있는 곳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막는데 2050년까지 45조달러 필요”

창설 당시 IEA의 원래 역할은 석유 공급 위기를 막는 데 있었다. 이른바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이다. 그러나 최근엔 그 역할이 경제 성장(economic development)과 환경 보호(environmental protection)로까지 확대됐다. IEA는 이 세 가지 목표의 이니셜을 따서 ‘3E’라고 부른다. IEA는 최근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석유 소비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IEA로선 유가 안정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세(키워드)를 부과해 유가를 현실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소비자 가격도 크게 오르겠죠. 이에 대한 의견은?

“지구 환경의 문제이므로 탄소세를 부과하든, 아니면 탄소배출권(키워드) 거래를 하든, 어떻게든 탄소에 가격을 붙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2050년까지 50% 줄이는 목표를 세계가 의논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 정도로 억제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저희가 만든 시나리오로는 이렇게 하려면 이산화탄소 1t에 180달러의 가격을 붙여야 합니다. 석유 가격으로 환산하면 배럴당 90달러에 해당하죠. 결국 그만큼 소비자 가격이 오르고 소비가 줄어들게 됩니다. 에너지 가격은 앞서 말한 수요 공급 요인에 의해서도 오르고, 이산화탄소에 가격을 붙이는 데 의해서도 오르게 됩니다. 결국 에너지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2050년까지 CO₂배출을 50% 삭감하고, 유가를 90달러까지나 올리고, 이런 게 실제로 가능할까요?

“가능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문제라는 게 중요합니다. CO₂를 50% 삭감하는, 이른바 450ppm 시나리오는 이번 세기 말까지 대기 기온이 2℃ 정도 상승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 기온이 오르지만, 2℃ 정도 오르면 괜찮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죠. (IEA는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85ppm 수준이며, 아무런 대응 없이 방치할 경우 금세기 말에는 660~790ppm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기온은 6℃ 정도 오르게 된다.)

50% 삭감은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혁명이 필요합니다. 발전 분야에서 탈(脫) 탄소화를 추구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450ppm 시나리오를 위해서는 매년 원자력 발전소 20기, 풍력 발전소 1만8000기, 집광형태양광발전소(concentrating solar power) 300기를 지어야 합니다. 매년 말입니다. 그리고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자동차 등 운송 분야의 혁명도 필요합니다. 이런 혁명을 일으키는데 비용이 2050년까지 45조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계산합니다. 이런 엄청난 돈을 퍼부으면 가능한 일이죠. 좀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 엄청난 돈이 어디서 나오나요?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탄소거래권 경매를 하면 그런 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탄소세를 부과하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므로 풍력이든 태양력이든 경쟁력이 생기고 민간에서도 자생적인 투자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국, 이산화탄소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것”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지만, 환경 및 에너지 분야에서는 세계적 강국이 됐습니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

“일본은 신재생 에너지는 아니라도 에너지 절약 분야는 확실히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내면서 금융 분야가 경쟁력을 잃었지만, 제조업은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리스트럭처링이 활발하게 이뤄졌어요. 자동차도 고효율 자동차와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가 개발됐죠.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 부었기 때문입니다.”

―교토의정서도 그렇지만 일본은 글로벌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글로벌 차원에서 신(新)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싶다는 점도 생각하겠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는 분야가 글로벌 환경 문제와 에너지 효율 향상 분야에서 생긴다고 보는 것이죠. 이건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미국 벤처캐피털들도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고 있고, IT보다 유망하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구 환경에 대응하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합니다.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신재생 에너지에 초점을 두는 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자극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죠. 돌 하나로 두 마리의 새를 잡는 격이라고 할까요.”

―한국은 원자력 발전이 아주 발달돼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견은?

“원자력 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므로 지구 환경 입장에서 볼 때 아주 중요한 옵션입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나라도 있어요. 국가의 선택은 국가에 맡겨야 하겠지만, 유럽이나 IEA 전체, 글로벌 전체 입장에서 볼 경우엔 당연히 중요한 옵션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한국이 CO₂의무감축국에 빨리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요, 늦게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요?

“한국은 경제가 고속 성장한 선진국의 하나이기도 하고, 기후 친화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한국으로서도 중요한 목표일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15)에서 한국은 아마도 의무감축국이 당연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중국이나 인도에조차도 뭔가 의무를 부과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CO₂ 50% 삭감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니까요.”

국제 에너지기구(IEA)

OPEC의 일방적인 공급 삭감과 유가 인상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서방의 주요 석유소비국들이 1974년에 만든 국제기구. OECD 산하에 있으며 현재 28개 국가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비상시 회원국 간에 석유를 긴급 유통하고, 소비를 억제하며,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한다. 다나카 노부오 씨는 2007년 1월 사무총장에 선임됐다.

탄소세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는 석유와 석탄 등 각종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 가격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화석 연료 사용을 억제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을 촉진하자는 취지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것. 국가나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허용치를 넘어설 경우 부족한 배출 권리를 다른 기관으로부터 사야 하는 반면, 온실가스 배출이 허용치에 못 미치면 반대로 남는 배출 권리를 팔 수 있다.

기사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2/27/2009022700755.html